처음에 독립을 시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는 마치 무인도에 혼자 똑떨어진 느낌이었어요. 여긴 어디 난 누구...🥲 개인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독립을 시작해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혼자 살아간다는 사실이 마치 진정한 어른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었답니다.
초반에는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방을 어질러 놓거나 밤늦게 들어와도 저에게 뭐라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자유를 만끽하며 지냈던 생활은 오래갔을까요? 아니요. 오래가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방을 어지럽히는 것도 치우는 것도 제가 되어야 했거든요. 밤늦게까지 놀려면 돈이 필요하니 버는 대로 돈은 노는 곳에 소비 되었죠. 절제하지 않고 사는 삶은 오히려 저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그 이후부터는 나만의 독립 가이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나와 잘 살기 위한 일종의 룸메이트 생활규칙 같은 거죠.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말자!’라는 정말 실현 가능한 규칙만 채워 넣었어요. 예를 들자면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청소하기.’ ‘밤낮바뀐 생활하지 말기.’ ‘일주일에 한번은 집밥해먹기.’ 같은 정말 지키기 쉬운 규칙들로 세웠습니다. 철저하게 절제된 규칙을 세우게 되면 한 가지 규칙을 못 지키는 순간 나머지 규칙들도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꾸준히 지킬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다 보니 몇 가지 규칙에서 일관된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의도한 적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난 이렇게 사는 사람이야!’ 하고 말해주고 있었어요. 가이드가 일종의 나를 절제하는 역할도 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던 역할을 했었던듯 해요.
이렇듯 불안감을 잔뜩 가지고 시작했던 독립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하나의 과정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이드를 만들어나가며 새로운 내 모습을 알아갈 예정이에요. 여러분들도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나만의 독립 가이드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